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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글

나만의 취향을 알아야 행복할 수 있다


좋은 인터뷰를 하나 읽었다.

‘취향의 소중함’에 관한 것이었는데,
남들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할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 취향으로 소화하고, 표현해야
비로소 삶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런 이야기를 설파하는 사람은 바로 윤광준 사진작가.

‘윤광준의 생활명품’ ‘심미안 수업’ 등의 책도 쓰신 다재다능한 작가님이라고 한다.


타인의 관점이 강하게 투영된 기준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안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할 수밖에 없다.
시공을 초월하는 아름다움의 공통적 특성이 있겠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미세한 부분에서 선호와 비선호가 명확히 갈린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아야 '좋은 것'을 취사선택해
삶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모두가 취향이 명확한 '별종'이 될 때
삶의 만족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획일적 교육 시스템 안에서 획일적인 성공 기준이 정답인양 교육받았던
지금의 20대 중후반 이후의 세대들은
생활 속에서도 좀처럼 취향이 드러나지 않는다.

‘요즘 유행하는 △△△’
‘유명한 누구누구가 사용하는 □□□’ 처럼
타인의 관점이 강하게 투영된 기준을
좋은 것이라고,
아니, 좋아보일 것이라고,
그리고 곧 나의 취향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그건 곧 깨진 독에 물 붓기.

타인의 관점, 시대적 유행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쫓는 동시에
나라는 개체는 색을 잃게 되기 마련이다.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서, 취향이란 무엇인가.


취향은 나만의 기준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본인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 수상 소감에서 이런 말을 했다.
"가장 개인적인 게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미국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을 옮긴 것인데, 이 문구에 깊이 공감한다.
봉 감독이 성공한 것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매진해 사적 취향을 완성시킨 게 배경이 됐다.
어떤 사람도 세상만사 모든 것을 다 겪을 수 없다.
따라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작품은 만들 수 없다.
오히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들면 작품이 애매해진다. 봉 감독은 이걸 안 거다.

취향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내재화할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 취향으로 소화하고, 표현해야 한다.
취향이 촘촘한 사회가 세련되고 기품 있는 사회다.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윤광준 작가의 말처럼
취향은 ‘나만의’ 기준이다.

내가 쌓아온 경험, 지식, 감각과 느낌의 총체를 바탕으로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취향인 것이다.

윤광준 작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수많은 편견과 고정관념이
‘취향의 부재’와 결부되어있다고 말한다.

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이다,
혹은 어떤 직업은 나쁜 직업이다, 라고
기존의 세상이 내려놓은 가치 평가에 따라 떠밀려 다니는 것은
‘나만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의 선택을 쉽게 내다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내가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좋은 직업이라고 하니
의사, 공무원, 대기업 사원을
내 삶의 가치평가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두는 것이다.

반대로 흥미로운 것이 있으나,
타인이 욕망하지 않으니
뭔가 가치가 떨어져보이는 것 같아
내 삶으로부터 살포시 내려두는 것이다.


취향이 없다는 것은
곧 나만의 기준이 부재하다는 것이고,
이는 세상의 평가에 쉽게 휩쓸릴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세상이 나를 우습게 안다고 해도
나만의 기준을 가장 중심에 놓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자존감은 취향이 없을 때 떨어진다.
취향이 생기면 자존감도 올라간다.



요즘
‘자존감 수업’ ‘자존감 올리는 법’ 등
자존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어떻게 자존감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윤 작가는
‘본인의 취향 발견’이
자존감 향상의 한 가지 길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① 가장 먼저 내가 관심을 둘 만한 대상을 찾고,
② 그것에 가까워지면서 관심을 앎으로 숙성시키고,
③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하여

내 취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제부터는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가 아니라,
내가 뭘 좋아할까에 초점을 맞추어서
‘나만의 취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값비싼 물건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게 이러이러한 이유에서 좋다고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게 생활명품이다.
물건은 물건일 뿐이다.
물건 자체에 엄청난 의미는 없다.
물건을 바라보는 내가 중요하다.
물건에 내 관점이 투영되면 그때 그 물건은 명품으로 가치를 지닌다.
내가 좋아서 자주 입는 옷처럼,
내 판단과 가치관이 선택한 물건으로 곁을 채우면
삶이 더 풍부해질 것이다.




https://m.mk.co.kr/news/society/view/2020/03/239406/

 

[Weekend Interview] `생활명품` 저자…취향 전문가 윤광준 사진작가

평범한 돋보기부터 연필·의자까지 나만의 시선 투영되면 그게 `명품`

www.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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