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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과 제프 베조스의 공통점 |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 변치 않는 것에 집중하라

백범 김구 선생이 귀국 전날 쓰신 휘호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
-변치 않는 것으로써 모든 변화에 대응한다.

1945년,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오기 전날 밤 백범 김구 선생은 다음과 같은 휘호를 쓰셨다.

「불변응만변 을유추반국전석 백범 김구 (不變應萬變 乙酉秋返國前夕 白凡 金九)」

"변하지 않는 것으로써 모든 변화에 대응한다.
을유년(1945) 가을 고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저녁 박범 김구 쓰다"




"불변으로 만변에 대응한다"는 것은 곧 변치 않는 신념으로써 모든 변화하는 것들에 맞서 나가겠다는 백범 선생의 강건한 의지를 나타낸다. 또한 백범 김구가 말하고자 했던 '불변하는 것'은 필시 '우리 민족'을 뜻하는 것이리라.

백범은 조국의 자주 독립이라는 변치 않는 한 마음으로 온갖 풍파와 맞섰지만, 자력(自力)으로 해방을 이루지 못한 참담함에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렸다.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 민족의 분단만은 막겠다는 그의 일념은 열강들의 권력 다툼과 더불어 민족 내부의 분열에 의해 왜곡되었고, 둘로 나뉜 조국은 그의 예견 대로 5년 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



백범 선생은 "자기 힘을 믿고 자력으로 나라의 독립을 이룩해야 한다"는 심원한 진리를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굳게 지켜나가고자 했다.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세상의 모든 급변하는 물결에 유연하게 대응해나가고자 했던 그의 인생은 "不變應萬變(불변응만변)"이라는 한 구절로 대변된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해답은 "변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변화하는 트렌드보다는 변하지 않는 업(業)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본문: https://www.businessinsider.com/jeff-bezos-brilliant-advice-for-anyone-running-a-business-2015-1 )


"10년 후 어떤 변화가 있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흥미롭지만, 구태의연한 질문이다. 반면에 "10년 후에도 바뀌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거의 받아본 적이 없다. 사실 이 두 번째 질문이 더 중요한 문제인데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것을 기준으로 사업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닷컴이 속한 온라인 쇼핑업에서 소비자들은 싼 가격과 빠른 배송, 다양한 상품을 원한다. 10년이 지난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들이 나는 아마존이 너무 좋아!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괜찮아." “난 아마존이 너무 좋아서, 배송이 좀 늦더라도 괜찮아."라고 할리는 없다.
아마존은 이렇게 변하지 않는 본질에 힘쓰고 있다. 우리는 10년 후에도 의미 있는 사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불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면 그런 곳에 에너지를 많이 투자해야 한다.
(원문) “I very frequently get the question: ‘What’s going to change in the next 10 years?’ And that is a very interesting question; it’s a very common one. I almost never get the question: ‘What’s not going to change in the next 10 years?’ And I submit to you that that second question is actually the more important of the two — because you can build a business strategy around the things that are stable in time. … [I]n our retail business, we know that customers want low prices, and I know that’s going to be true 10 years from now. They want fast delivery; they want vast selection. It’s impossible to imagine a future 10 years from now where a customer comes up and says, ‘Jeff I love Amazon; I just wish the prices were a little higher,’ [or] ‘I love Amazon; I just wish you’d deliver a little more slowly.’ Impossible. And so the effort we put into those things, spinning those things up, we know the energy we put into it today will still be paying off dividends for our customers 10 years from now. When you have something that you know is true, even over the long term, you can afford to put a lot of energy into it.”



베조스는 말한다.
사람들이 인터넷 소매업 플랫폼에 바라는 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10년 뒤에도 같을 것이라고.
"낮은 가격(Low price), 빠른 배송(Fast delivery), 많은 선택지(Vast selection)를 제공”하는 소매업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나아가,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혁신을 원하는" 인간의 본질은 선사시대부터 이어져 왔으며, “변화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더 높은 만족감을 제공하는 비즈니스(Business)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저는 고객들이 우리에게 불만을 갖는다는 것을 하나의 좋은 기회로 봅니다. 그들의 기대치는 결코 한 곳에 머물러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입니다. 우리는 수렵과 채집으로 생활을 유지하던 오래 전부터 항상 만족만 하면서 발전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혁신을 원합니다. 어제의 ‘놀라움’이 오늘의 ‘평범함’이 될 수가 있는 것이죠. 오늘날은 그 어느때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이전보다 고객이 훨씬 더 많은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이제 고객은 몇 번의 클릭만으로 여러 제품 리뷰를 읽고, 가격을 비교하고, 재고가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는 단순히 소매의 예를 들었지만, 아마존 및 대부분의 다른 산업이 하는 모든 일들에 있어서 고객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에 안주할 수 없습니다. 고객들이 그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존은 소비자가 원하는 본질적인 가치인 "싼 가격과 간편 결제, 빠른 배송과 신속한 환불, 소비자의 불만을 재빨리 처리하는 서비스, 상품의 다양화"에 집중하므로써 업계 1위의 자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회원이 늘자 디지털 콘텐츠, 킨들 등 다른 품목으로 점차 영역을 넓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비즈니스 전략의 기반에는 아직도 위에서 언급한 "변하지 않는 본질"이 자리잡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과 제프 베조스

이들은 "변하지 않는 것"을 통해 모든 변화에 대응하고자 했다. 급변하는 물길에 임기응변으로 몸을 맡기는 것도, 하나의 신념에 갇혀 독불장군처럼 살아가는 것도 아닌, 본질에 집중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함으로써 세상에 오래도록 기억될 업적을 남겼다.



우리는 '본질(本質)'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가?

인간의 본질, 일의 본질, 관계의 본질, 돈의 본질.

인간의 편의를 위한 '돈'이라는 수단의 본질은 잊혀지고, 그 자체가 욕망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가?
인간의 불완전한 본질을 잊고, 타인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 너무 완벽해지길 바라지는 않았던가?

본질을 놓친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풀어보자면, 내가 어떤 것에 대한 본질을 놓칠 때마다 불행이 찾아왔다.

좋은 관계의 본질은 적정한 거리에 있다는 것을 잊고 관계에 매달렸을 때.
돈의 본질은 세상에 어떤 가치를 제공했을 때 따라오는 부산물이라는 것을 잊고, 돈 그 자체에 집중했을 때.
본질은 나 안에 있다는 것을 잊고 세상의 평가에 전전긍긍했을 때.

그러다 백범 선생이 쓰신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의 휘호를 보고 그 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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